오가는 길가의 담장에 흐드러지게 핀 장미들이 자주 눈에 들어옵니다.

송이송이마다 활짝 피어난 장미가 탐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이런 장미를 보면 무조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역사적 사건과 키워드가 있습니다.

흰 장미를 문장으로 사용하는 에드워드4세의 요크가문과 

붉은 장미를 문장으로 사용하는 헨리6세의 랭커스터가문이

영국의 왕위계승을 둘러싸고 30년간 벌였던 장미전쟁은

1485년 헨리7세의 즉위와 함께 

적(赤)과 백(白)이 합쳐진 새로운 ‘튜더장미문장’을 탄생시키며 마무리되었습니다.

이후 장미는 두 가문과 국민의 화합을 상징하고

영국을 대표하는 국화가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장미의 역사성과 의미를 차치하더라도

실제로 장미를 자세히 살펴보거나 길러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이구동성으로 장미의 놀라운 정반합(正反合)의 조화에 대해 말합니다.

상어 이빨처럼 드세고 날카로운  가시가 가득한 장미줄기의 끝자락에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고, 부드럽고, 향기로운 꽃송이가 달립니다.

부지런히 해충관리를 잘 해주지 않으면 

유난히도 벌레가 잘 생겨서 흉물이 되어 버리기 십상이지만

그런 와중에도 꽃은 자태를 잃지 않고 피어납니다.

대내외적으로 혼란이 가속화되고 불안이 증폭되고 있지만

역사와 나날을 거듭하며 전해주는 

장미의 고요한 일성 속에 숨겨진 유쾌한 힌트가

혼란을 다스리는 숨은 열쇠의 역할을 해주면 좋겠단 생각으로 

오늘도 장미를 바라봅니다. 

마음을 담아

월든&플로블랑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