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먼트 판타지

어느새 한껏 만개했던 이른 봄들의 꽃들이 떠나고

전혀 새로운 모습의 봄꽃들이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해주고 있는 요즘입니다.

봄,여름, 가을, 겨울마다 각양각색의 꽃들이 

때를 따라 어김없이 피어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저마다 뜻한 자리에서 기량을 갖추고 제 역할을 하며

나름의 인정을 받는 경지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철마다 피고지는 꽃의 여정과 너무나도 흡사합니다.

이곳에서 꽃과 나무를 벗하며 지내는 사이

자연의 전언을 조금은 알아들을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시간을 재촉하기 보다는

때가 되기를 기다리고, 때에 맞출 수 있는 

나름의 여유와 평안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설사 때가 되어 만개하지 못한 꽃이더라도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아름답고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기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게 됩니다.

“꽃이 이쁘다, 어쩜 이렇게 생길 수 있을까, 너무 신기하다 등등”

“꽃이 많이 피었다, 구부러졌다, 잎이 꺾였다 등등..”

이래저래 꽃을 보며 사람들은 무심코 말합니다.

하지만, 고운 모습이건 허물어진 모습이건 

지금 본 모습은 꽃의 전부가 아닙니다.

잠시 마주치게 된 순간의 모습일 뿐입니다.

그저 꽃은 자연의 흐름에 맞춰 꽃의 여정에 충실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봄이 한창에 다다르며 연일 꽃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여러 순간을 같이 하는 꽃들의 대합창이 보여주는 ‘판타지’처럼

저마다 각자의 자리에서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할 수 있는

꽃과 같은 삶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