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모습의 초겨울 풍경이 아름다운 11월 끝자락 입니다.

본격적인 겨울이 오고 한 해가 끝나기 전에 꽃과 함께

서둘러 친구들의 안부를 챙기거나 

전시와 공연을 축하하는 발걸음이 이어지는 시기이기도 하지요.

이맘때는 중요한 자리에 자주 나서게 되니 마음이 분주해지기 마련입니다.

사전에 꽃선물을 예약해 뒀다가 여유 있게 찾으러 오는 분이 있는 반면,

정반대의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바쁜 시즌일 때는 태풍급 속도감이 요구되는 때라 서로가 몸과 마음이 급해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때가 많아지곤 합니다.

오늘은 꽃집에서의 ‘에티켓’을 하나 소개해볼까 합니다.

꽃집마다 꽃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이 각각인데

크게 두가지 형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미리 제작한 꽃을 진열대에 두고 판매하거나

다른 하나는 사전 예약을 통해 주문자의 니즈에 맞게 제작을 하는 것입니다.

급히 사야 할 때는 준비된 것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면 되지만

중요한 선물을 하거나 자리에 맞춰서 꽃을 사용해야 할 때는

TPO를 고려해서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꽃을 컨셉에 맞춰서 디자인하고 제작하는데 있어서 

꽃상품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 준비하는 최소한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이를 잘 모르거나 간과함으로써 일부 오해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자주 꽃을 사거나 꽃클래스를 들으며 

꽃이 상품화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거치는지 

학습과 경험을 해본 분들은 예약을 필수로 생각하거나 

급히 꽃집에 들리더라도 충분히 시간여유를 가지고 옵니다. 

그만큼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겠지요.

“중요한 자리에 가는 거니까

고급스러우면서도 커 보이게 최대한 빨리 만들어 주세요!”

라는 주문을 종종 듣게 됩니다.

빨리 시간 맞춰서 가야 하는 입장에서는 

주문 즉시 바로 담아주는 떡볶이 한 그릇처럼 꽃주문을 할 수도 있겠지만

모처럼 작정하고 준비하는 꽃선물이라면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결과물을 준비할 수 있도록

플로리스트에게 좀 더 여유로운 준비시간을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뭐든 급히 하면 아쉬운 구석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특히, 재촉하는 시간에 맞춰 초특급으로 서둘러 작업을 마치고

급히 떠나가는 꽃을 바라보면 왠지 모를 아쉬움이 일게 됩니다.

꽃을 구하려는 그 고운 마음처럼

준비하는 시간과 과정 또한 기꺼이 즐겨주는 여유를 누려주면 좋겠습니다.

한 사람의 일생과도 같은 꽃의 여정 중에

고대하던 종착지에 이르도록 인도해주는 가장 마지막 주자의 손길과 마음이

조금은 느긋할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