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가을이 깊어 갑니다.

단풍구경 뿐만 아니라 가을꽃 구경하러 나서는 발걸음도 많아진 요즘입니다.

꽃을 찾아 온라인이나 전화로 주문하고 원하는 장소에서 배송을 받는 간편한 방법도 있지만,

계절 따라 달라진 생물(生物)의 모습을 오감으로 느끼며 구매하기를 선호하는 분들은

기꺼이 꽃집이나 분화시장을 찾아 나섭니다.

꽃이 있는 곳으로의 발걸음은 

분명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일입니다.

꽃집을 운영하다 보니 매일 꽃시장을 가는데

요새는 그 즐거운 가을 꽃구경 발걸음의 보람이 무색해지는 일들을 왕왕 보게 됩니다.

거래처로 주문한 물품을 챙기러 가던 중에 

꽃시장내 어느 도매상과 일반 손님이 서로 고성을 주고받으며 실랑이를 벌어는 모습을 보고

적잖이 씁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손님이 구매한 상품을 신문지로 싸서 비닐봉투에 담아 전해주는 도매시장 주인장에게 

손님이 몹시 황당하다는 눈빛과 말투로 거듭해서 쏘아붙입니다. 

“이거 선물할 건데 이렇게 신문지로 싸면 어떡해요!

 그 후줄근한 비닐봉투 말고 쇼핑백 없어요???”

주인장은 이런 요구를 하는 손님에게 어이없단 표정을 지으며 단호하게 말합니다.

“여긴 백화점도 꽃집도 아닌 시장이예욧!

 착각하지 마세욧!

이 광경을 보니 꽃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슷한 사례가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난 원래 꽃시장을 다녔는데 

오늘은 시장에 안 가고 

일부러 여기 왔으니까 알아서 풍성하게 잘 해주세요!”

꽃시장과 꽃집.

이 두 곳은 꽃을 다룬다는 측면에서는 같아 보일 수 있으나

실은 운영방식도 상품의 생산공정도 완성상품의 모습도 확연히 다릅니다.

꽃시장은 화훼관련 원재료의 유통에 집중되어 있는 곳인 반면, 

꽂집은 원재료의 수급과 가공 등 일련의 여러 공정을 거쳐 

디자인이 완성된 꽃상품을 소비자의 손에 전달합니다. 

이처럼 꽃시장과 꽃집이 ‘다르다’는 것을 기억하고

꽃시장과 꽃집을 분별해서 이용한다면

어디로 향하던 좀더 즐거운 꽃나들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