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비가 잦아지니 천창 밖 빗모습에 눈길이 자주 머물게 됩니다.

언젠가부터는 드세게 비가 내리는 날마다

오래 전 미국에 머물 때 참석했던 지인의 장례식이 생각납니다.

개인적 연고가 있어 참석하게 된 어느 글로벌기업 회장님의 장례식에서

너무나 아름다운 붉은 장미를 선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비 오는 날 장례식에서 붉은 장미를 선물 받는다는 것이 생뚱맞게 여겨졌는데

이는 생전에 고인께서 조문객을 위해 미리 준비한 꽃이라고 해서 더더욱 놀라움이 컸습니다.

장례식 중에 고인께서 전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던 생전의 모습이 동영상으로 보여지자

참석자 모두가 망자를 회상하고 그리워하며 울고 웃으며 탄성을 지었습니다.

그렇게 눈물과 웃음이 뒤범벅되는 순간에

마치 장중의 이런 모습을 미리 예견이라도 한 듯이 

고인의 독백장면이 클로즈업되더니 

“나의 삶 속에서 함께 웃고 울어 주신 여러분에게 

 전해드린 이 꽃처럼 아름답게 살아주세요.

 여러분 감사했습니다!”라는 한마디에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눈물을 닦으며 기립박수로 고인의 마지막길을 기념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후로 이날의 장례식을 가장 아름답게 추억하게 되었습니다.

팬데믹 이후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우리나라의 장례문화도 조금씩 변화를 맞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부고 소식을 접하거나, 업무적으로 장례관련 꽃을 준비하게 될 때마다

지난 시절 꽃과 함께 고인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던 가장 아름다운 장례식이 떠오릅니다.

공허한 허례가 떠나고 진심 가득한 한송이의 힘과 위로가

더없이 필요한 요즘 같습니다.

마음을 담아

월든&플로블랑 드림